[김의기 칼럼]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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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
기사입력 2014.09.13 10:42

▲ [김의기 칼럼] '레미제라블'     © 박희성

[ 김의기의 인문학 칼럼]
레미제라블은 ‘비참한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 세상에서 딱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면 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읽으라고 추천한다. 이소설은 프랑스의 남부 산악지대인 디뉴로부터 시작한다. 디뉴는 프랑스의 중동부 도시인 그레노블 근방에서 시작되는 나폴레옹 루트의  끝 무렵에 있다. 나폴레옹은 엘바 섬을 탈출한 후 정부군이 진을 치고 있는 평지가 아니라 산악 길을 택해 파리로 진군해 갔는데 이 산악 길을 나폴레옹 루트라고 부른다. 파리를 거쳐 프랑스의 중심부를 질러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는 남불이나 스페인으로 휴가를 가는 유럽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통행료도 비싸지만 걸핏하면 막히기 일쑤다. 뜨거운 여름 태양아래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에 서 있느니 나폴레옹 루트를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막히지 않고 달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산길을 한참 달려 칸 가까이 가면 산을 벗어나 평지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산을 더 보고 싶은 사람은 좌회전을 하면 된다. 그기에 디뉴가 있다.

 

장발장이 등장하기 전에는 디뉴의 주교 미리엘이 마치 소설의 주인공 같다. 황제 나폴레옹은 최근 미리엘을 디뉴의 새주교로 임명했다. 디뉴에 도착한 3일 째 되는 날 그는 근처 병원을 방문한 후 병원장과 함께 주교좌로 돌아왔다. 주교좌는 웅장한 큰 건물이었다. 주교가 병원장에게 물어보았다.

 

‘환자가 지금 몇명이나 있습니까?

‘26명입니다, 주교님.’

‘숫자가 많군요.’

‘병실이 좁아 병상을 바짝 붙여 놓았습니다.’

‘저도 보았습니다.’

‘정원도 너무 좁아 회복기 환자들이 햇볕을 쬐기가 힘듭니다.’

‘정말 그렇군요.’

‘역병이라도 돌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주교좌의 대연회장에는 병상을 몇 개나 놓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60개는 놓을 수 있겠습니다.’

‘병원장님 무엇인가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장님은 환자가 26명인데 좁은 데서 버티고 있고, 저는 세 식구 밖에 없는데 60명이 살 수 있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서로 바꾸죠.’

주교의 연봉은 15,000프랑이었다. 그는 그 중에서 생활비로 1000프랑을 썼다. 같이 살고 있는 여동생의 연봉 500프랑을 합하여 1500프랑이 주교의 총 생활비였다. 나머지 14,000프랑은 신학교, 감옥, 교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썼다.

석 달이 지난 후에 집사에게 미리엘 주교가 말하였다.

‘우리가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주교님. 과거에는 주교님에게 마차 비용으로 연간 3,000프랑이 지급되었답니다.’

미리엘 주교는 이 말을 듣고 하고 마차비용을 신청하였다.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이 주교가 처음에는 훌륭한 일을 하는 것 같더니 역시 별 수 없군 하고 수근 댔다. 산악지대에 마차를 타고 어디를 간다 말이야 하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 3,000프랑이 수중에 들어 오자 마자 미리엘 주교는 3,000프랑 지출계획을 발표하였다. 전액 환자와, 미혼모, 고아들에게 기부되었다.

 

미리엘 주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부자들에게 돈을 거두었다. 주교가 어느 백작을 찾아가 기부를 해 달라고 하자 백작은 이렇게 말하였다.

‘주교님, 저도 돌봐줘야 할 사람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을 제게로 보내주세요.’

그 사람들은 자기가 돌봐 줄 테니 걱정 말고 돈을 내라는 것이다.

어느날 디뉴에 어느 남루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감옥에서 가석방된 죄수였다. 장소를 옮길 때 마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찰은 이 사람을 조심하라고 주민들에게 주의보를 내린다. 여관에서는 이자가 어떤 짓을 할지 몰라 잠자리를 주지 않았고 식당에서는 밥도 팔지 않았다. 그는 배고프고 피곤하여 길거리의 돌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노부인이 그에게 주교좌로 가보라고 하였다.

그가 바로 장 발장이다. 굶주리는 조카들을 보다 못해 빵 한 개를 훔쳤다가 5년형을 받았고, 4차례에 걸쳐 탈옥하려다 실패하여 19년 동안 감옥에 있던 사람이었다. 주교는 이 사람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였다.

 

‘이 집은 나의 집이 아니고 그리스도의 집입니다. 우리는 이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묻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으니까 여기를 찾아 온 것입니다. 당신을 환영합니다.’

주교는 장 발장을 대접하기 위해 은 쟁반과 은 촛대를 가져 오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피곤하였던 장 발장은 깊은 잠에 들었다가 새벽 두시 종소리를 듣고 잠을 깼다. 그는 다시 잠들지 않았다. 그는 집안에 어떤 소리가 들리나, 누가 있나 조심스럽게 살펴 보았다. 그는 전날 저녁에 은쟁반을 어디다 보관하고 있는지 유심히 보았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 은쟁반을 훔쳐 창문으로 도망쳤다. 아침에 집사가 주교에게 은쟁반을 도둑 맞았다고  말한다. 주교의 답변이 걸작이다.

 

‘우선 그게 우리 것이 맞는가요? 내 생각에는 우리가 너무 오래 그것을 쓴 것 같아요. 그건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었어요.’

그때 문이 열리고 경찰이 장 발장을 붙잡아 왔다. 주교는 장 발장을 반갑게 맞이 하면 말했다.

‘오, 다시 돌아 왔군요. 내가 준 촛대를 잊어 버리고 그냥 가서 다시 온 것이죠? 촛대도 쟁반과 마찬가지로 은제품이죠. 200프랑은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장 발장은 눈을 크게 뜨고 노주교를 쳐다 보았다. 그 눈빛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경찰들은 떠났다.

 

‘다음에 갈 때는 창문으로 나가지 말고 이 문으로 가세요. 이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장 발장은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는 말없이 서 있었다. 주교가 가까이 다가와 조용하게 말하였다.

‘잊어버리지 마라, 절대 잊어버리지 마라. 이 돈을 네가 정직한 사람이 되는데 쓰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을. 장 발장, 내 형제여, 나는 네 영혼을 샀다. 그 영혼을 어두운 생각과 멸망의 정신으로 부터 구원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하느님께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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