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망국적인 지역주의 선거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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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기사입력 2014.08.21 21:24

▲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회장 나 경 택     ©신민정
[한국언론사협회=나경택칼럼]지난 선거의 최대 이변은 전남 순천 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호부의 당선이다. 여론조사에서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앞섰지만 실제 그가 당선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이 후보의 당선은 오랜 ‘지역구도’를 깨고 호남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여권의 불모지 호남에서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했을 때 이 후보는 겨우 1.03%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12년 총선에선 39.7%를 득표했다. 그는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정권 시절인 1984년 호남 출신으로는 드물게 민주정의당 당직자로 정치를 시작해 한 번도 당직을 바꾸지 않고 호남 민심에 구애 함으로써 “사람은 괜찮은데 정당이….” 했던 표심을 돌려놓았다. 호남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배출되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전북 군산을에서 신한국당 강현욱 의원이 당선된 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지난 6·4 대구시장 선거에서 넘지 못한 영·호남 지역 구도를 이 후보가 마침내 뛰어넘은 것이다. 2년전 국회의원 총선 때 이 지역에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후보가 1·2위를 했고 그들이 가려간 표는 무려 97.01%였다.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은 불과 2.97%였다. 대선 때도 박근혜 후보는 순천 8.88%, 곡성 11.10%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순천시장과 곡성군수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이번에 이 당선자가 얻은 득표율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역주의는 망국이라고 해왔을 정도로 정치 왜곡의 주범이다. 특히 호남과 대구·경북에서는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득표율 70~80%가 보장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10~20년 이어졌다. 그 때문에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가 아니라 당내 공천자의 뒤만 쫓는 정치를 해왔다. 그 결과는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처럼 몰아붙이는 극단적 대결 정치였다. 이런 적대적 지역주의의 대결 구도에 좌·우 대립이 한 치 차이도 없이 고스란히 겹치면서 치유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유권자들이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거부하기 시작한 조짐은 이미 지난 6·4 지방선거 때부터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무소속 오거돈 부산 시장 후보는 49.3%의 득표율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게 불과 1.4%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한결 같이 한국 정치에서 지역주의가 발 붙일 틈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에 드러난 민심은 지역주의의 종식을 원한다. 유권자들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지금까지 지역주의에 의존하거나 이를 조장해온 일부 정치인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제 여야 할 것 없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호남에 대한 정책과 전략을 구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호남 인재를 두루 모으고 지역 인심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지 주민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취약지역이던 영남에 대한 보다 과감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오거돈·김부겸 후보가 보여준 가능성의 불씨를 살릴 세밀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지 주민과 소통을 강화하고 지역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뼈를 깎는 자기혁신으로 지역주의를 넘어서려는 과감한 노력을 해야 비로소 정책·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의를 종식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 비전을 주는 정치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허물고 화합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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